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크리에이티비티의 정의에 관한 정의
-나이키 광고를 중심으로-
이영희(이화여자대학교 정보디자인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 석사)
광고사를 통해서 본 광고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정의는 주로 광고제작자나 광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왔고, 또 지나치게 경제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광고행위의 본질이 물건을 팔고 기업에 이익을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풍요한 삶을 영위토록 한다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는 것이라면, 광고를 철학적·사회적 시각에서 새롭게 정의 내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광고가 제품이나 기업을 위한 경제활동인 동시에 인간을 위한 활동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몇 편의 나이키 광고를 분석해 봄으로써 광고가 갖는 예술적 가치와 광고가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제문제를 살펴보았다.
1. 광고에 관한 관점
어느 광고회사에서 특강을 하던 중에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라는 개념 정의로 다양하고도 많은 질문과 의견이 대두되며 그에 관한 관심이 의외로 많은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광고에 있어 크리에이티비티란 무엇인가? 도대체 크리에이티비티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는가?
'크리에이티비티는 독창적인 것이다,' '아니다. 크리에이티비티는 독창적이면 안된다,' '크리에이티비티는 물건을 파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비티는 물건을 당장 팔지 못해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티 비티는 예술적인 것이다'등등으로 광고관련 현장에서 그 개념정의에 대하여 논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연구자는 여러 광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찰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정의에 대한 논의를 해나가고자 한다.
광고사를 통해서 본 크리에이티브의 정의는 주로 광고제작자, 광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광고주로부터 제작을 의뢰받고 물건을 팔기 위한 절대 사명을 가진 그들이 내린 정의가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것은 광고가 아니다'라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경제력이 국력이라는 가치기준에 의해 경제는 어느 분야보다도 상위개념으로 인식되는 현상이 팽배하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대학도 비즈니스이며 종교단체도 그러하다고들 말한다.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광고에 대한 관점은 경제적 측면만 너무나 집중되어 왔던 것이다. 경제활동으로서의 광고이외에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광고, 문화적 활동으로서의 광고, 또한 오늘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철학적 시각에서의 광고가 오늘날과 같은 가치부재시대에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인지심리학자들의 견해를 따르면, 광고의 결과물은 이미지들로 구성된 시각물이다. 이미지는 사고를 불러 일으키고, 사고는 이미지를 동반한다. 광고행위의 본질이 물건을 팔고 기업에 이익을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풍요한 삶을 영위토록 한다는 궁극적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사고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고를 철학적·사회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오늘날과 같은 혼돈의 시대에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2.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전적 정의
1) '제품을 팔지 못하는 크리에이티브는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
이것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개념정의 중에 가장 우세한 말일 것이다.
노스웨스턴대학의 교수이며 광고관련 저서를 많이 낸 슬츠(Don E. Schultz) 는 『Essentials of Advertising Strategyf에서, "광고에서 크리에 이티브라든가 크리에이티비티란 용어는 계속해서 사용되어왔고 또 잘못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크리에이티브가 있는 광고(Creative Advertising)란 벤튼 엔드 바울스(Benton & Boules)사가 제작한 광고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제품을 팔지 못하는 크리에이티브는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데이비드 오길비가 내리고 있는 바로 그 크리에이티브 정의와 같다. "팔리지 않는 것은 크리에이티비티가 아니다. 광고는 예술의 형태가 아니다. 광고주들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우리의 독창적인 천재성이 표현되는 것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
오길비에 의한다면 '크리에이티비티는 예술적인 것이다'라는 가설은 부정되고 있다. 그는 또 이렇게 주장한다. 상을 받고 자신의 회사를 유명하게 만드는 캠페인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이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이다. 빨리 '종이에서 튀어나와' 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은 것이 크리에이티비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0년동안 지속되며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티비티이어야 한다.1)
"누구든지 물건을 파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무식하거나 엉터리 중 하나이다." 이는 DDB의 William Bernbach이 한 말이다. Webster사전에 의하면, 'Creativity'란 "Something is created when it is produced, formed, or brought into being"으로 되어 있고 일본 久保田宣 傳硏究祈발행 「廣告大辭典」에도 크리에이티브란, "타사의 광고보다 많은 소비자의 주목을 끌고 화제가 되고 마케팅과 연동하는 상품판매를 강력히 백업하는 수단"으로 되어 있다.
2)'크리에이티브에 있어 독창성은 위험하다'
오길비는 최근 말하기를, "모차르트는 그의 전생애동안 단 한번도 독창적인(original) 음악을 작곡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독창성은 위험하다"라고 단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독창적인 광고카피를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했던 말들이란 단지 상품을 팔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광고를 하나의 예술로 정립시키는 풍조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는데, 이것을 'How to improve our ability to create advertising that sells'라는 제목의 Victor Watson 코래드 국제광고본부 상무의 글을 통해 밝히고 있다. Victor Watson은 영국 0 & M에서 한국 0 & M 제휴사인 코래드에 지원을 나온 광고전문가로, 철저하게 판매지향적인 광고의 본질에 따른 크리에이티브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독창성은 위험하다'라는 말의 뜻은 아마추어들이 독창성이라는 이름 아래 현실성이 결여된 작품성을 강조하는 데 대한 우려를 두고 하는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아마도 광고를 처음 배우는 광고학도들은 이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광고는 독창적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크리에이터라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취향이나 안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것은 설득적이라든가 공감이라는 차원에서 제작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의미 아래 행해질 수 있는 자기도취적 작업을 방지하기 위한 뜻이기도 하다. U. S. P 전략으로 알려져 있는 테드베이츠의 사장 로저 리브스-오길비와 친분이 있었던 그는- "광고의 사전에서 독창성은 가장 위험한 단어"라고 말하여 광고에 대한 견해를 오길비와 같이 하고 있다. 오길비나 로저 리브스에 있어 광고의 창조성이란 독창적이지 않아도 판매에 기여했다면 크리에이티비티가 있는 광고라고 할 수 있다라는 뜻을 포함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광고들이 거침없이 모방하거나 표절하면서 이른바 팔리는 광고 제작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는지 모른다.
3) '크리에이티브는 진실한 것이다'
존 케이플즈는 보다 이해하기 쉬운 말로 크리에이티비티를 정의하고 있다. "좋은 광고란 정확한 대상에게 하는 믿을 수 있는 약속이다."2) 여기서 좋은 광고란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라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란 진실한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O & M M New York의 컴퓨터 테크롤로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이크 프레스코트(Jake Prescott)는, "크리에이티비티는 인간 마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광고 크리에이티비티는 특별히 인간 마음이 집단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창조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4) '크리에이티비티는 통제된 것(Controlled Creativity)이다'
Don E. Schultz는 어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판매소구 메시지의 개발을 통제된 크리에이티비티(Controlled Creativity)라 한다고 했는데, Engel, Warshaw and Kinnear의 「Promotional Strategy」에서 크리에이티비티는 통제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True creativity is not undisciplined imagination), 즉, 의식 되어지고(conscious), 의도 되어지며(deliberate), 그리고 통제됨(disciplined)3)을 말하고 있다.
창의력을 관리한다는 것은 오류에 대한 관용이라는 원칙(principle of tolerance for error)에서 출발한다고도 한다. 이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란 그 컨셉트나 집행에 있어 독창적인 것을 뜻하는데 여기서 독창적이란 시도되지 않았던 것으로서 그것은 오류를 수반한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즉, 광고 크리에이티브란 독창적인 것에서 발생되는 오류를 조정하는 것임을 뜻 한다고 볼 수 있다.
5) '크리에이티비티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환경론자가 따로 없이 현시대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시는 공기, 먹을 물에의 보호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기독교단체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구매를 부추기는 광고의 억제를 내놓고 있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품에 중독되고 있다." 현재 90세 가까이의 고령으로 생존해 있는 제품디자이너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이 1970년대에 저 유명한 인간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에서 외친 이래 4반세기가 흘렀다. 아파트 투입구에서 쓰레기를 던지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제손으로 들고 나가다 못하여 돈을 내고 봉투를 사서 버리고 있다. 이제껏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선진화에 따른 공해배출,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2000몇년쯤 세계인구 5분의 1인 중국이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어 만들어내는 환경오염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철없는 디자인너들은 이 기능을 저 기능에다 붙이거나 별 쓸모없는 기능을 억지로 만들어내 붙이고는 신제품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요구하고, 디자이너는 그 고유의 생리인 창조적 작업을 할 뿐이므로.
기업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소비자는 계속 새로운 만족을 원하고 기업은 그것에 부응해야한다고 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은 정해진 목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식품업자는 편리를 외치면서 그릇째 데워 먹는 것, 물만 부어 먹는 것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제품은 개발제품의 몇십분의 일이다. 세계적 기업 나비스코는 연간 7∼800종류의 신제품을 구상하고 개발하나 그중 15∼25종류밖에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어마어마한 재원이 개발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광고는 머리를 싸매고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 아래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맥루한의 말을 빌리자면 '팔아먹자식 큰소리로 물건을 사가라'고 외친다. 광고는 최면술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하여 잠재작용에 작용하는 약과 같은 것이다.4)
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톤도 높아간다. '이것은 다이아몬드 헤드로 만들었어요', '이것은 두드려 빨아줘요', '햅쌀로 만든 이유식이에요', '포장을 이렇게 바꾸었어요'. 어리석고 수동적인 소비자는 구매에 빠지고 얼마 있다 싫증을 일으키고는 폐기해야할 지경에 이른다. 쓰레기는 산을 이루고, 고속도로마다 산더미 같이 물건을 싣고 트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시로 도시로 들어온다.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바 사람들은 숨을 쉬는 따뜻한 인간을 만나지 못하는 허전한 마음을 메꾸기 위하여 물건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한다. 사고 사고 또 산다. 쌓아 놓고 쌓아 놓고 또 쌓아 놓는다. 그리고 버리고 버리고 자꾸만 버린다, 이제는 그다지 필요한 것(need)도 없다.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은 대체로 가져보기도 했다. 농촌을 봐도 도시의 웬만한 살림살이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얼굴은 단백질 섭취로 인해 윤기가 돌고 의복도 말끔하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wants)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 어머니 때부터 쓰던 장농, 10년 이상 사용한 세탁기, 할아버지가 쓰시던 것등 향수가 깃든 물건에 애정과 꿈을 부여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광고는 욕망(wants)조장의 몫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어떠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전적 자유주의 이래 산업사회는 광고와 더불어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정보를 주고 우매한 소비자를 깨우치며 기업을 성장시키고 사회를 풍요롭게하며 나아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였다.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한 소비자는 만족하고 행복해했으며 개인적 만족은 아름다운 사회조성을 촉진시켰고 부(富)를 가진 기업은 문화활동을 통해 부를 소비자에게 환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광고에 관한 유물론적 입장도 사회 한쪽에서 만만치않게 그들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하우크(W. F Haug)의 상품미학(Warensasthetik)과 문화이론은 유물론적 방법론으로 문화연상에 접근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분업, 문화적 지배와 수탈의 역사적 결과, 이데올로기적 권력과 강화된 상품 물신성의 상풍미학으로 인간의 소외를 낳는 지배문화를 생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치경제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 자본론의 상품개념과 교환가치 및 사용가치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자본가는 황금물신, 노동자는 임금의 획득을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는다고 말하고 있다. 즉, 돈의 획득이 삶의 목표가 되며 이제 인간은 사물이든 인간이든 간에 본래적인 사용가치에 무관심하고 교환가치만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상품미학 속에서 인간의 자발적인 욕구와 능력이 진정하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가상적인 만족, 즉, 인간의 우정, 행복은 셀프냉장고의 소유나 마주앙이나 세탁기의 선물로 화하고 모든 인간적인 가치는 상품과 등가시하여 거기에 인간의 진정한 삶의 충족이 있을리 만무함을 밝히고 있다.
상품은 그 환경과 배열 속에서 사물이 아니라 체험과정에서 해체되고 미적 혁신을 거듭하는 판매미학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체험과 충동구매, 상점절도까지 유발하는 종합예술적인 무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르크스 이래 자본주의를 멸시하는 이상주의자들의 견해는 오늘날 광고가 이와 같은 판매미학의 주역으로 그 환호와 질타를 한몸에 받으며 사회의 필요악, 혹은 공해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는 기업이 주체가 된 절대판매지향이 아니라 현대 마케팅 개념이 변모해왔듯이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한다는 견해를 말하고 있다. 이때의 인간이란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이기 전에 물건으로 삶을 영위하는 생활자로서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본고는 오늘날 광고가 생산활동을 촉진시키며 소비를 증가시키는 기본적인 목적과는 달리 광고의 새로운 입장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안되는 방향으로 전개해나가고자 한다.
"광고는 물건을 팔기 위한 경제활동의 하나이다"라는 광고에 대한 고전적 해석에 관하여 첨가되어야 할 입장, 즉, 철학적, 문화사적, 사회학적 또는 문명사적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향은 마치 광고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며 광고의 절실한 사명을 비켜가며 미화하려는 것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본고에서는 분석대상인 나이키 광고를 통하여 광고는 과연 물건을 파는 활동인가, 그리고 독창적인 면에서 예술적 가치-그것은 인간을 위한 광고라 할 수 있는가, 그 외에도 이 광고가 이 시대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제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이키는 그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Athletic, Authentic, Performance'라는 원칙을 고수하여 타브랜드와 차별화에 성공, 정통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와 위치를 확고히 하였으며 소비자에게 고급이고 기능이 뛰어난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지되었다.5)
연구자는 1994년 월드컵대회를 기하여 유럽시장을 그 목표시장으로 나이키유럽이 광고주이며 암스텔담의 광고회사 Wieden & Kennedy사가 축구를 테마로 제작한 'The Wall' 편과 테니스를 주제로 한 'Magazine Wars' 편 나이키 광고를 자료로 광고가 의미하는 바, 다각적인 시대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나이키 광고는 수많은 텔레비전 광고들 중에 크리에이티브가 돋보이는 광고였다.
('The Wall' 편)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평화로운 파리에 유성처럼 공이 하나 튀어오르고 그 공은 거대한 축구선수가 그려진 빌딩벽면으로 날아가고 빌딩벽의 인물은 애니메이션으로 살아 다른 곳의 건물 그림 속의 선수에게 패스‥‥ 이렇게 파리에서, 빅벤이 보이는 런던, 밀라노, 리오, 그리고 멕시코시티의 빌딩까지 패스되는 축구공은 첨단 편집기법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발로 공을 찰 때 건물이 부서지면서 내는 음향효과가 강렬하며 마지막 멕시코 시티에서 벽면 나이키 네온사인이 떨어지면서 끝이 난다. 에릭 칸토나(Eric Cantona), 아이안 라이트(tan Wright), 베베토(Bebeto), 마이클 슐츠(Michael Schultz), 로마 리오(Roma Rio), 조지 캠퍼스(Jorge Campos) 등 축구의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를 기용하고 있다. 이 광고는 인공위성과 지역 텔레비전을 통해 유럽 전역에 방송되었고,6)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말 잠시 방영되다가 '95년 3월말 축구화 출시와 더불어 본격 방영되기 시작하였다.
('Magazine Wars' 편)
천정의 선풍기가 천천히 돌고 있는 서점의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잡지들이 보인다. 카운터에는 한 남자가 신문을 읽고 있다. 카메라가 팬되면서 앙드레 아가시(Andre Agassi)가 표지에 나와있는 테니스 잡지가 보이고, 표지 속의 Agassi는 날아오는 공을 받아친다. 공이『ESQ』잡지에 탁 맞으며 예약카드가 떨어진다. 신문을 보다가 놀래 쳐다보는 점원. 존 맥켄로 (John McEnroe) 무릇에 떨어지는 공. 『Marry Me』의 표지 모델이 공이 나르는 곳으로 얼굴을 돌리고 Krajicek에게 공을 패스 다시 『Corpo Sano』 표지의 여성에게 보내진 공은 마루바닥으로 던져진다. 공은 다시 잡지 속에서 페이지마다 획획 나르다가 다시 건축 잡지로 날아가 표지그림 속의 접시를 깨뜨린다. 깨진 유리를 쓸고 있는 점원이 보이는 것으로 광고는 끝이 난다.
"나이키는 어느 정도의 강력한 위치에 있으므로 광고로 자사 제품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이것이 대행사에서 원하는 나이키의 포지션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리처드 실버스텐의 말이다. 이러한 나이키의 특성이 나이키 광고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게 한다.7) 이같은 전략적인 면 이외에도 이 광고들은 오늘날 시대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무경계화(Dissolving Boarders)
나이키 광고는 세계가 즉시권에 들어있는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발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일일권도 아니고 한시간권도 아니며 마치 패스된 공을 받는 것과 같은 즉각적인 전달을 말하고 있다. 국경의 의미는 이미 다국적 기업이 출현하고부터 없어지기 시작했으며, WTO체제 확산으로 인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동과 서의 경계, 性의 경계, 여러 면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이론의 핵심적인 특징은 냉전기간이 끝난 앞으로의 세계는 국가간 문화적 요인에 의한 결속과 문화의 차이에 의한 대립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이다. 국가간 경계는 스포츠라는 문화적 요인에 의해 결속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이 광고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세계 각국은 모두 하나로 결속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장소와 시간 그리고 국가, 즉, 시간과 공간의 무경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잡지에서 저 잡지로의 이행, 소유의 해체, 나이키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규제로부터의 자유, 형식으로부터의 자유를 지시하고 있다. 국경간의 경계가 붕괴되었듯이 잡지매체간의 독자적 경계의 해체를 보여주고 있다.
2) 슈퍼스타에 대한 동경
나이키의 필립 나이트 회장이 말하는 '제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은 바로 스포츠 그 자체와 통하고 있고, 실제로 나이키의 성공 뒤에는 스포츠의 동작 하나하나를 깊이 연구해서 개발한 제품들을 처음부터 세계 유명선수들에게 신고 다니게 한 전략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광고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상당수의 광고가 이들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을 등장시키고 있다.8) 이들의 광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 힘, 박력, 매력, 승리를 위한 집념 등은 소비자에게 환상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오늘날 브랜드 지향, 그 중에도 디자이너에 대한 숭배, 즉, 조지 알마니, 랄프 로렌 등 수많은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도 관련된 것으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절대성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옷이나 플레이에 국한하지 않고, 유혹하는 미디어에서 우나미아키라는 그들 "인간 존재 자체를 숭배"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시대이고 그 시대의 영웅은 존재해왔다.
마릴린 몬로, 제임스 딘으로 대표되는 은막의 우상이 있었고,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 세계에서의 히틀러 그리고 케네디, 엘비스 프레슬리, 마돈나 처럼 정치권이건 대중문화에서건 그 시대의 메가트렌드 주도자가 있었다.
오늘날은 스포츠 선수들과 디자이너가 그 역할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직업적 뉴스는 물론 사생활은 일반인에게 샅샅이 공개되어 그들의 추종자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스포츠 선수를 비롯한 인기인의 연봉은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만 하며 그들에 관한 기사는 신문의 한 섹션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텅빈 가슴을 채워야할 보다 많은 우상을 필요로 한다.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나 젊은 계층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국내외의 많은 매체들이 스타를 만드는데 분주하고, 광고는 열심히 그것을 돕거나 때로는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스타는 상품의 전달이나 판매를 위한 절대적 매개로 기용되고 있다. 연구자의 선행연구에 의하면 대략 50% 전후의 광고가 모델기용을 크리에이티브 전략으로 삼고 있다. 광고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다고 비판받아왔는데 그 조장의 역할은 대부분 모델이 맡아왔다.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제품보다는 광고 그 자체가 신화시되고 있음을 본다. 광고를 보고 즐기면서 구매는 하지않는 양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광고내용의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그 우상에 대한 신화성은 강화되고 제품은 약화된다. 나이키 광고는 에릭 칸토나, 마이클 슐츠, 로마 리오, 조지 캠퍼스, 존 맥켄로 등에 대한 카리스마적 신화를 조장하고 있다.
3) 물(物)과의 Interface
현대인들은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바쁜 아침시간에 시간을 내어 헬스클럽에 들렀다가 직장에 가기도 한다. 그들은 누구와 이야기하는 일 없이 혼자 사우나도 들어가고 수영도 하고 샤워를 한다.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럴 시간적인 여유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수영장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많은 사람들을 스치지만 한마디도 하지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어떤 날은 물이 따뜻하여 피부에 닿는 것이 꼭 실크 가운을 걸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어떤 날은 좀 차가워 정신이 바짝 들기도 한다. 어떤 날은 씩씩한 사람들이 유난히 물장구를 쳐 물이 많이 출렁거리는가 하면, 어떤 날은 고요하다. 아침마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수영, 즉, 물(水), 즉, 물(物)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게임으로 온종일 혼자 있다. 거리를 걸을 때조차 귀에 워크맨을 끼고 완전히 대인관계를 폐쇄하고 다닌다. 제품은 이렇게 내면화,'gadget화'되고 인간은 기계와 만나고 있다. 이제 CD-ROM이 책을 대체하게 되었다. 햄버거집에는 여럿이 모여 장시간 담소하면서 식사하는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패스트하게 먹어치우거나 혼자 먹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철학교수인 우나미아키라(宇坡 影)가 『유혹(誘感)하는 오브제』를 출간한 이후 내놓은 책 『유혹(誘感)하는 미디어』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들어있다. "차 한잔 같이 하실까요"하는 말에는 차 보다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즉, 사람을 만나는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한잔에 80엔밖에 하지않는 값싼 커피숍이 늘고있다 한다. 이런 곳에서는 보통 혼자 순식간에 커피를 마시고 나온다. 값싸게 스탠드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마시게 되어 있는 커피숍은 사람을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커피와 만나는 곳인 것이다. 위의 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를 읽는 철학에 대하여 공감되는 많은 예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미술 표현에 있어 물적(物的) 오브제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인간성 회복을 위하여 산업사회의 기계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지속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 또는 물(物)과 유기체를 합성하거나 물(物)에 생명을 넣는다든지 하는 것은 20세기후반 들어 어느 장르에서나 나타난 바이지만 앞으로 거부할 수 없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에 대한 카타르시스로서 더욱 증가하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기물의 벽화, 잡지표지의 사진, 그것은 아무 생명이 없는 물질에 불과하다. 괴나리봇짐에 물건을 싸서 등에 지고 가가호호 방문하던 시절에는 물건을 만져보고 직접 대하면서 상품을 구매했다. 오늘날은 화면이나 지면에 나타나는 허상을 바라보며 구매를 고려한다. 페인트나 기타 재료에 의해 큰벽에 그려진 그림이며 사진이며 하는 물(物)을 바라보고 소비자는 상품을 인지하고 구매한다. 광고표현에는 사진, 문안, 사람(이때 사람도 그림 속의 물(物)이다), 물건들이 서로 조합하여 요지경을 창조한다. 그 물(物)은 빠르고 재미있으며 환상을 준다.
4) 아이론적 상징
맥루한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광고는 아이콘(像)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일차적인 의미화(意味化)로서, 그가 말하는 아이콘(像)이란 선적인 것의 대립언어로 쓰여진 모자이크적인 것을 말한다. 환상을 주는 물(物)들 중 언어적, 문자적인 것이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전기·전자시대에 와서는 아이콘적 상징이 주도한다. 문자적 이미지와 아이콘적 이미지가 강력히 대비되고 있는 것은 잡지인데, 문자로 된 기사 속에서 광고는 모자이크적, 아이콘적 역할로 나타난다.
모자이크적 뉴스는 서술적도 아니고 견해의 표현도 아니며 설명도 해설도 아니다. 그것은 움직이고 있는 사회를 그 심부(深部)에서 포착한 공동체적 이미지이다.9) 맥루한은 문화가 그래픽혁명에 의하여 사적인 이상상(理想像)으로부터 공동체적 이미지로 옮겨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사적(私的)인 문자·문화적인 것으로부터 복잡하고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아이콘의 세계로 옮겨짐을 말하고 있다.
도시건축물, 문자로 된 간판들 속에서 거대한 빌딩에 부착된 그림,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잡지 속의 사진은 확대된 아이콘적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오늘날 광고에는 수많은 언어메시지가 표현되어 있다. 제품의 특장점을 알리는 이성적 카피에서부터 감성적인 카피까지 전파매체건 인쇄매체건 언어가 강조되고 있다. 최초로 광고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한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Image의 Lettering』에서 반자니사의 식품광고 해석에 바르트 자신의 독특한 방법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광고 속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 중 언어적 메시지가 제일 중시되고 있다. 바르트의 광고론은 잡지에 게재되어 있는 언어메시지와 사진메시지를 분석한 것이나 결국 언어학적 접근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광고가 아직 언어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하는 물음을 낳게 한다. 그런데 오늘날 광고에는 문자언어가 없는 것들이 많다. 나이키 광고는 거의 언어가 없다. 카피가 없다. 오늘날의 광고 중 특히 패션관련 제품광고에 카피 없이 아이콘적인 이미지만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콘적 상징은 즉시적이며 충동적이며 해부학적인 것이다.
5) 기술의 가능성
19세기의 대발견은 발견의 기술을 발견한 것- 화이트헤드(A.N.Whitehead), 20세기의 대발견은 판단을 보류하는 기술- 버트란트 러셀(Bertrant Russell) 이라 말하고 있다. 기술적인 변화가 인간의 생활관습 뿐만 아니라 사고와 가치평가의 패턴도 바꾸는 것임은 맥루한을 비롯하여 심리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베르너 하이젠베르그같은 자연과학자까지도 언급한 바 있다.
컴퓨터그래픽이라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정적인 벽화는 살아있는 동화(動畵)가 되어 2차원에서 3차원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 사물 모두를 변화시킨다. 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충격에서 말하고 있는 끝없는 변화(endless variation)이다.
몇십층의 높은 건물벽면의 포스터는 간단히 CG로 페인팅 했을 것이다. 정사진은 움직임을 위하여 새로운 축(T)을 가짐으로써 1초에 24컷의 생명을 주는 과정에 의해 실사(實寫)의 동적 실체가 된 것이다.
'The Wall' 편에서는 축구공이 여러 지역의 벽그림에 날아가면서 그림들에게 생명을 넣어주고 있다. 광고의 여러관련 학문 중에서 가장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의 기반이 되는 기술적 분야이다. 미국을 위시한 광고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 중반 혹은 후반부터 꽃피기 시작한 광고업에서 크리에이티브테크닉의 발달은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제이론들의 발달속도에 비해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발달에 의한 영상매체의 활용은 광고 뿐만 아니라 영화·방송 등 문화산업에 활용되어 왔지만 미국 L.A나 S.F 의 수많은 C.G회사, 실제로 GREENBERG와 같은 N.Y의 C.G회사 등은 스필버그 영화타이틀이나 광고의 특수효과를 함께 제작하고 있다.
6) 광고매체 속의 또다른 광고매체
세계적으로 정보혁명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가 물밀듯이 닥쳐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방송매체의 변화는 이를 더욱 실감나게 하고있다. 광고매체 중 텔레비전광고는 오늘날 가장설득력 있는 광고매체로 선호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2000년대 커뮤니케이션의 전망과 경향을 주제로 한 광고실무자를 위한 포럼에서 몇몇 광고산업계의 거장들은 2000년대에는 대중매체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중매체의 주역인 텔레비전광고에 대한 효과는 그 감소정도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만이 남아있다. 효율적인 광고효과를 위해 매체전문가들은 새로운 광고매체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The Wall' 편 나이키 광고는 옥외광고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도심빌딩의 거대한 빌보드에서 슈퍼그래픽 그리고 네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을 예시하고 있다. 'Magazine Wars' 편에서는 다양한 잡지매체를 보여주고 있다. 특정 다수를 공략하는 잡지매체의 중요성은 그 성장이 증가하고 있고, 특정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잡지매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적어도 맥루한이 잡지매체를 논하던 '60년대말의 잡지는 여러가지 생활정보가 들어 있는, 우나미아키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수첩'이었다. 거기에는 사진이 있었고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잡지매체는 상품을 분류하여 늘어놓은 카탈로그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텔레비전매체의 절대성이 기타 매체에 의해 점점 무너짐을 의미한다. 나이키와 같은 여러 제품들이 수록된 카탈로그일 뿐일 것이라는 것이다.
옥외매체의 나이키 광고, 잡지표지의 나이키 광고, 거대한 매체, 텔레비전속에서 보이고 있는 또다른 매체, 이는 광고매체의 제왕 텔레비전의 위력이 감소하는 것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제는 매체에 대한 이해의 방향이 변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 감각의 확대
이 광고는 동시성적 표현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보는 이의 상식을 확장시킨다. 원근법적 묘사로 일관해오던 회화 표현세계에 시점이 고정되지 않는 동시성적 표현이 큐비즘이라 할 때, 본 광고는 컷과 컷, 즉, 프레임과 프레임으로 구성되었던 그 이전 광고에서 짓이 모두 한고리에 이어져 마치 큐비즘의 여러 색면들이 엉켜있듯 구성되어졌다. 벽화 속의 그림에서 공을 차면 다른 나라에서 받아 패스한다는 연속성, 잡지 속의 인물이 던진 공이 또다른 잡지 속 건물의 접시를 쨍하고 깨는 동시성적 구성이 극에 달함을 본다. 패스할 때마다 퍽퍽, 쿵쿵 음향효과와 함께 부서져 튕겨나오는 벽에 의한 의외성, 바다를 건너 날아가는 공과 같이 공간과 시간의 초월에서 상관적 배열(configuration)의 해체를 본다.
인간은 접하는 매체에 따라 감각의 발달이 다르다 한다. 즉,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은 시각이 발달하고 전화교환수같은 사람은 청각이 예민하다, 오늘날 범람하는 전파매체에 의해 시각적 기능은 상상보다 훨씬 확장되고 있다. 이 나이키 광고는 사실 초당 컷수가 많아 장면 장면이 순식간에 지나쳐 세부적인 것을 설명하기는 용이치 않음에도 전체적인 흐름, 광고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 등은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어느 영화나 어느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빠르고 압축된 20초내지 30초의 미학을 소비자들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류의 광고를 많이 접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의 감각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 광고의 구성은 인간을 다채널 구조로 만드는데 일조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외에도 이 광고에서는 스포츠(축구와 테니스)의 붐조성, 재미(entertainment), 남성의 성역할적 의미도 찾을 수 있다.
4. 결언
갖가지 아름다운 제품들이 멋진 디스플레이 윈도우 안에 진열되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사람들은 쇼핑백에 가득가득 물건을 사가지고 또 다른 상품에 눈을 돌리며 방황하고 있다. 데이비드슨과 리스모그경의 대변혁에는 이를 두고 세속적 소비주의(secular consumerism)라 하고 있다. 세속적 소비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비종교적 가치관이 상승세에 있을 시기에 대두된 풍조로 특별한 물건을 삼으로써 훌륭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 그 철학적 의미는 물질과의 interface에서 찾을 수 있다. 광고라는 물(物)은 인간과 교감한다. 소비 자체는 광고와 별개이다. 왜냐하면 광고를 하건 안하건 인간 본연의 개인주의적 특성으로 자신을 위한 물(物)의 소유행동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속적 소비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해서 광고가 전적으로 배척 받는 것은 부당하다.
광고는 인간의 삶을 더 나은 질로 인도한다. 광고는 세계를 하나로 맺어준다. 광고는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문화전파의 주역이다. 광고는 첨단의 기술로 소비자를 고차원의 감각세계로 인도한다. 광고는 휴식이다. 광고는 아이콘과 시(詩)로 소비자의 정서에 호소한다. 광고 없는 TV가 얼마나 재미 없으며 광고 없는 신문이나 잡지가 얼마나 재미 없는 지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광고는 경제활동이자 사회, 문화활동이다. 일본에서 광고규제의 역사를 보아도 당초에는 허위, 기만광고를 추방한다는, '나쁜 광고'의 씨앗을 도려낸다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 다음에는 부당표시나 과대한 표현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좋은 광고'10)를 가려낸다는 기본사상을 가지고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길비의 "광고는 판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광고는 이제 제품이나 기업을 위한 경제활동인 동시에 인간(=소비자)를 위한 활동이어야 한다. 광고에 대한 철학적 이해(그것은 인간 정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에 바탕을 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번민의 해답은, "광고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용납되어져야 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향후 끊임 없는 물음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