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
우리 광고에서는 유독 외래어 광고문안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광고란 소비자에게 광고 상품을 구매하도록 직접적으로 유도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광고 상품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나 긍정적인 정보를 지니도록 만듦으로써 앞으로 그 상품을 잠재적으로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광고에 외래어 광고문안이 많이 나타나는 까닭은 외래어 광고문안이 광고로부터 소비자에게 기대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광고주들이나 광고인들의 막연한 믿음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들의 기대처럼 외래어 광고문안이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낳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부분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오히려 외래어 광고문안이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이미 필자가 기존논문(1994, 1997)에서 제시한 바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실마리로서 이를 간략히 재조명하고자 한다.
첫째,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간의 관계는 논리적으로 긍정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관계를 지닐 수도 있는 양면적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기대하는 논리적 이유는 크게 외래어 광고문안이 지니고 있는 세 가지 속성이 잠재적 소비자에게 광고상품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외래어 광고문안의 이미지가 광고나 광고상품에 그대로 투영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가능성이다. 낯선 풍물에 대하여 이국적인 느낌으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듯이,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외래어 광고문안을 보고 유사한 느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 결과로서, 외래어 광고문안이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과 외국상품에 대한 광고 수용자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외래어 광고문안이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을 가능성이다. 지금은 차츰 희석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외국 상품이면 무조건 질 좋은 상품이라는 식의 근거없는 믿음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외래어 광고문안은 어감이나 뉘앙스를 통하여 외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품임을 은연 중에 암시함으로써 외국상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소비자로 하여금 연상케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서 수용자들이 광고상품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래어가 우리말에 비하여 지적인 언어로서, 권위적인 언어로서 그리고 격조높은 품격의 언어로서 인식되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이오덕, 1992a,1992b), 외래어광고문안이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외래어를 자신들의 지적인 수준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행위는 이러한 사회적 통념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외래어 광고문안을 통하여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연상된다면, 외래어 광고문안은 수용자들로 하여금 광고 상품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 즉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의 논리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증거는 드물지만, 정지영(1997)의 연구가 부분적으로 위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지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래어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조사한 이 연구에 따르면, 외래어는 능률적이고 지적인 언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로부터 외래어 광고문안이 수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의 결과로서 긍정적인 광고효과나 태도를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약하면 외래어 광고문안은 이국적이라는 내재적 이미지 때문에 혹은 외래어는 품격 높고 지적인 언어라는 잘못된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그리고 외국상품은 우수하다라는 수용자들의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광고 상품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외래어 광고문안은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외래어 광고문안이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외국이나 외국상품에 대한 호의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는 정도에 상응하여, 상당수의 사람들은 외국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대한 호의적인 고정관념이 외래어 광고문안의 호의적인 광고효과를 낳을 수 있듯이, 외국에 대한 부정적인 거부감이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한 광고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이나 인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래어 광고문안이 지니는 해독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광고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우리말이 아닌 언어이기 때문에 외래어를 이해하는데 더욱 많은 정보처리의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광고 메시지의 정보를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메시지의 이해도가 떨어지면 광고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다(Perry & Cacioppo, 1981). 이러한 연유로 외래어 광고문안은 자칫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정지영(1997)의 같은 연구에서, 실제로 한국사람들은 외래어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보다 외래어를 알기 어려운 말이자 긴장되는 말이라는 부정적 태도를 더욱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사용되는 외래어를 듣고 외래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우가 자주 있거나 혹은 가끔 있었던 사람들이 응답자의 약 60%정도인 것으로 이 연구는 밝히고 있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외래어에 대한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외래어 광고문안이 부정적인 광고효과나 태도를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외래어 광고문안에 대한 광고효과를 조사한 강길호(1997)가 행한 실험연구에서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이 오히려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 정도를 높은 수준(즉, 외래어가 많이 포함된 설득적 메시지)과 낮은 수준(즉, 외래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설득적 메시지)의 두 수준으로 조작한 광고메시지를 조사대상자들에게 보여준 후, 의미분별척을 이용하여 이 광고메시지에 대한 태도를 측정함으로써 광고효과를 알아보았다. 요인분석결과, 광고메시지에 대한 태도(즉, 광고효과)는 호의성 요인, 이국성 요인 그리고 인지적 요인이라는 세 차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로서 이들 세 요인간의 관계에 대한 t-test의 통계분석이 실시되었다. 분석결과, 외래어 광고문안을 많이 사용할수록 광고에 대하여 더욱 비호의적인 태도를 지니고(즉, 외래어 광고문안과 호의성 요인간의 부정적 관계), 더욱 이국적으로 느낀다는(즉, 외래어 광고문안과 이국성 요인간의 긍정적 관계)사실을 발견하였다. 반면에,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는 광고를 오래 기억하고 인상에 남기는 인지적 요인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어 광고문안이 당연히 이국적인 느낌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연구결과는 외래어 광고문안의 광고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현실사회에서 수용자들에게 직접 노출된 기존광고를 대상으로 한 자연적 조건에서의 연구가 아니라 외래어 광고문안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실험연구이기 때문에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간의 관계에 대한 결론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실제 광고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에도 이와 동일한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외적 타당도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앞으로의 연구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간의 관계를 결론적으로 밝혀주는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리고 외래어에 대하여 사람들이 긍정적인 태도 및 부정적인 태도를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는 가설을 설정하는 대신에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로 외래어 광고문안과 광고효과간의 관계를 남겨 풀고자 한다.
<연구문제 1>기존광고에 대하여서도(강길호의) 실험연구와 같이 외래어 광고문안이 부정적인 광고 효과를 야기할 것인가? 혹은 그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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