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광고문안의 사용이 과연 광고효과를 야기하는지를 내용분석방법으로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세 가지 연구문제를 제기하였다.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에 따라 광고효과가 달라지는지에 관한 연구문제, 광고상품유형에 따라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에 차이가 있는가에 관한 연구문제 그리고 광고상품유형에 따라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가 미치는 광고효과에 차이가 있는지에 관한 연구문제가 그것이다. 이들 연구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아보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기존광고를 대상으로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내용분석을 통하여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용자들은 외래어 광고문안을 많이 사용한 기존광고에 대하여 인지적인 측면이나 감성적인 측면이나 행동적인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광고상품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광고상품유형에 따라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기존광고에서 외래어 광고문안은 무차별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기존광고의 경우 광고상품유형에 따라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정도가 미치는 광고효과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과 광고효과간의 관계에 대한 본 연구결과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실질적으로 시중에 유통된 기존광고의 경우도 많은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하면 수용자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지닌다는 점이다. 광고 자체에는 물론 광고상품에 대해서도 인지적인 면에서나 감성적인 면에서나 행동적인 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태도를 수용자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과 감정적 광고태도 사이에는 부정적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존의 실험연구(강길호, 1998)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사실, 광고인들은 아마도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하면 광고에 대하여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는 이러한 일반적인 광고인들의 고정관념과 배치되는 내용으로서 현업에 있는 광고인들의 외래어 광고문안에 대한 무분별한 사용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따라서 광고인들은 과도한 외래어의 광고문안 사용이 오히려 광고의 역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광고에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할 때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존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과 광고효과 사이에는 부정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얻게 된 까닭은 현재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정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IMF시대를 맞이하여 외래물품에 대한 구입을 자제하고 우리상품을 구매하자는 사회적 정서가 수용자들에게 상당히 설득력있게 투사되고 있다. 온갖 매체를 통하여 신토불이적 정신에 대한 믿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가 최근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적인 책임이 부분적으로 외국에도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정서가 외래어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상품도 세계무대에 당당히 진출할 정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의미에서 굳이 외국이 우리보다 우월하다라는 식의 과거와 같은 잘못된 인식이 상당히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인하여 수용자들이 외국어 광고문안의 광고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본 연구결과가 제공하는 두 번째 함의는 광고상품유형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가 기대한 바와 달리, 감성적 상품이냐 혹은 이성적 상품이냐에 관계없이 외래어 광고문안을 사용하는 정도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관여 상품과 고관여 상품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광고를 만드는 광고인들이 외래어 광고문안을 전략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분적으로는 그 동안 외래어광고문안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외래어 광고문안을 어떠한 조건하에서 사용할 때 가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광고인들 사이에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광고효과의 측면에서 광고상품유형에 따라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에 대한 전략적 활용가치를 보다 더 심도있게 조사하는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는 우리사회에 중요한 광고현상인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현상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조사하였다는 학술적인 의의가 있다. 비록 학문선진국과 같은 외국에서는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은 광고에서 빈발하고 있는 무척 중요한 광고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광고에 자주 나타나고 있고 실제로 만연되어 있는 사회현상인데도 과학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소비자들이 이미 접촉해 본 기존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광고문안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 현상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본 연구는 다양한 함의를 지니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연구상의 한계도 있다. 본 연구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내용분석코더들이 대학생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의 경우와 일반 소비자의 경우,외래어 광고문안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광고는 대학생들이 취사선택한 광고들이어서 대학생들을 잠재적 소비자로 삼고 있는 광고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분적으로는 본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가 지니는 두 번째 제한점은 다섯 차원의 광고효과에 대한 내용분석을 동일한 코더들이 행하였다는 점이다. 앞의 통계분석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다섯 차원간의 상관관계는 무척 높은 편이다. 이론적으로 각 차원은 직교적(othogonal) 관계가 아니라 사선적인(oblique)관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광고효과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차원의 관계가 상당한 정도를 넘는 매우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부분적으로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다섯 차원이 이론적으로 긴밀한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다섯 차원을 코딩한 코더들이 동일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는 이론적 효과로서 본 연구가 밝히고자 하는 사실적 관계에 대한 효과인 반면에 후자는 동일한 코더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른바 오염효과이다. 따라서 후자의 효과는 연구설계상 각 차원의 광고효과를 별도의 코딩팀을 구성함으로써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비록 본 연구가 동일한 코더로 인한 광고효과의 오염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본 연구결과의 타당도가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추론인 것 같다. 왜냐하면, 다섯차원에 대한 광고효과 모두에서 유의적인 통계적 결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염효과가 부분적으로 본 연구결과의 타당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앞으로의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 연구는 본 연구결과에 부분적으로 사회적 바람직성 효과(social desirability)가 투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회적 바람직성 효과란 조사대상자들이나 코더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이냐를 생각하고 이러한 생각을 근거로 응답 혹은 코딩하는 효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배달말인 한글을 더욱 중요히 여겨야 하고 외래어의 사용을 가급적으로 자제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윤리가 존재한다. 바꾸어 말하면, 외래어의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널리 퍼져있다. 이러한 사회적 바람직성 효과로 인하여 본 연구에서 외래어광고문안의 광고효과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코더들을 교육시킬 때, 이 점에 대해서는 본 연구자가 충분히 훈련을 시켜서 이 효과가 상당히 완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효과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 연구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앞으로의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본 연구에서 사용한 상품유형분류 이외의 다른 다양한 상품분류법을 이용하여 상품유형별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에 대한 연구나 이와 연관된 광고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산지가 외국이거나 외국수입제품과 같은 외국지향적 제품과 국산품인 국산지향적 제품간에도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 광고문안의 정도에 따라 그 광고효과가 달라지는지를 검증하는 연구 등이 앞으로 나와야 한다. 이러한 후속 연구가 뒤따를 때에 상품유형에 따른 외래어 광고문안의 사용에 대한 광고효과를 더욱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래어 광고문안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하여 앞으로는 외래어 광고문안의 광고효과를 중재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