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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광고의 기호학: 그 미래에 대하여
강명구(2001) 는 현재 우리나라 문화연구 분야의 문제점으로 “소비사회의 욕망을 다룬 서구이론을 소개한 논문은 넘쳐흐르는데, 한국의 소비사회의 역사적 형성이라든지 한국소비문화의 특성을 분석한 논문은 한편도 없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은 단지 문화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광고학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영상문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역사적 / 통시적 연구 그리고 문화적 / 사회적 맥락에 충실한 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강현두ㆍ원용진ㆍ전규찬, 1998). 사실 역사적 / 문화사적 관점에서의 꾸준한 천착은 고사하고, 엄밀히 말하면 Williamson(1978)이나 Goldman(1992), Goldman & Papson(1996, 1998)과 같은 개별 광고 텍스트 또는 캠페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우리 학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근대 사회의 소비가 광고를 통해 어떻게 문화적 의미를 띄게 되었는지, 그리고 광고와 소비자문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모더니티의 비전을 제공하고 새로운 근대사회의 좌표 제시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한 Marchand(1985), Lears(1994), Ohman(1996), Slater(1997) 등의 역사적 연구는 당대의 광고 텍스트 비평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우리 학계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적인 자극은 우리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문화연구의 큰 갈래 중의 하나인 TV연구(television studies) 분야에서는 예를 들어 <애인>과 같은 대중적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시도(황인성ㆍ원용진 편, 1997)가 있는 반면, 광고 텍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기호학적 분석은 90년대 초반 현실문화연구(1993)의 작업이후 몇몇 번역서의 출간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문화연구자들의 TV텍스트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더불어 최근에는 우리나라 TV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김승현ㆍ한진만, 2001; 정순일ㆍ장한성, 2000)도 나오기 시작했음을 광고학자들은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 연구들은 아직 우리 TV에 대한 본격적인 문화사적 / 사회사적 접근이 아닌 방송 프로그램의 변천 양상에 대한 연대기적 기술에 더 가까우나 일단 역사적 접근의 첫걸음을 내디딘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에 반해 광고 분야는 신인섭(1998) 의 연구를 제외하곤 아직 이런 역사적 접근이나 계보학적 연구가 전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의 기호학을 연구하고 나아가 광고 텍스트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하려는 연구자들에게 가장 참고가 될 만한 저술은 아마도 문화연구자인 김진송(1999)의 『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 일 것이다. 광고, 사진, 신문, 잡지기사, 영화, 포스터, 만화 등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을 발굴하여 이러한 일상적인 문화적 실천(cultural practice)과 표상(representation) 그리고 이미지들을 통해 1920 - 30년대 우리 근대사회의 모습을 읽어낸 이 연구는 역사적 인식이 부족한 90년대 문화연구의 텍스트 중심주의(textualism)와 현재주의(presentism)를 극복하려는 한 시도로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Lee, 2000). 김진송(1999)의 연구는 광고 / 소비자문화 /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Chaney(1994, 1996), Lury(1996), Mort(1996), Nixon(1996), Slater(1997) 등의 연구, 그리고 텍스트 연구와 역사적 / 민속학적 연구를 결합시킨 Nava et al.(1997) 등의 연구와 함께 Williams(1980)가 주창한 통합적 광고분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역사적 연구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광고에 대한 역사적 접근은 광고가 실리는 TV프로그램(programming context)과 광고와 수용의 장(reception context) 사이에 존재하는 접합관계(Corner, 1999; Flitterman, 1983; Modleski, 1997; Williams, 1974), 여성지의 광고와 기사 및 표지(editorial context)의 관계(Beetham 1996; McCracken 1993; Winship, 1987)에 대한 연구 등과 더불어 광고 텍스트가 생산 / 유통 / 소비되는 구체적인 사회적 / 문화적 / 경제적 / 정치적 맥락과 미디어 수용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텍스트의 생산 / 유통 / 소비를 둘러싼 맥락에 충실한 연구들(이름하여 “contextual textualism”)이 활성화될 때 비로소 광고의 기호학은 단순한 실증주의의 극복이나 개별 텍스트 분석에 경도된 학문이라는 현재의 위상을 탈피하여 소비자 문화, 미디어 문화,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핵심적 지점(site)으로서 광고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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